교육의 추억


마침내 졸업논문_FINAL.pdf 를 학교에 제출하고 복사집에 논문을 맡겼다. 여름 내내 안풀리는 문제를 가지고 삽질만 안했어도 한학기는 일찍 끝냈을 것을 이제야... 남은 디펜스만 끝내면 장장 20년이 넘는 나의 피교육자 인생은 끝이난다. 뭐 그놈의 머신러닝 공부를 이제 시작해야 겠지만.

 아무튼 논문을 끝냈으니 (언제나 그랬듯이)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낭비하고 싶어서 드라마 "SKY 캐슬" 을 정주행 했다. 친구가 교육에 관련된 드라마라 해서 첫화만 보고 때려치려 했는데 첫화부터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 정주행을 결심 3일만에 최종화인 20화 까지 끝냈다. 대장금도 안본 내가 한국 드라마를 평가한다는게 좀 말이 안되지만 가족과 교육, 살인에 대한 이야기라서 드라마에 쉽게 몰입할수 있었다. 내가 아직 파릇파릇한 학생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하나 둘 2세를 리프로덕션 하는 나이대 에도 여전히 학생 아이들의 입장에 더 마음이 쏠렸다. 아마 드라마에서 부모님들의 삶이 나한텐 거의 디즈니왕국 같은 이야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SKD(신길동) 캐슬에서 부모님이 중고 누비라2를 집앞 골목길에 남들이 긁고 갈까 염려하며 나노(n) 주차를 할때 전봇대 옆에 쓰레기 봉투나 발로 찰까 고민하면서 커왔지 재규어는 "피리를 불어라 재규어" 밖에 모르고 자랐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학생들 처럼 내가 성인들도 소화하지 못할 스케쥴로 학원을 다닌적은 없다. 국-초딩 때는 주말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친구분들이랑 관악산 등산 따라다니고, 방학때면 가족 친적 다같이 5일 장이 열리던 시골가서 미꾸라지 잡고 거머리 돌로 찍어 죽이던 행복한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개학 직전 부랴부랴 의미없는 방학숙제를 하던것도. 구십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수라는 걸 접하게 되는 중학교 시절부터, 당시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드라마처럼 전교 1등과 올백 을 목표로 하기보단 맞벌이 하는 부모님이 자녀교육에 신경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내거나 그것도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안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중학교를 한국의 멘허튼 에서 나왔기에 중학생인데 벌써 정석을 끝냈다거나 토플을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아니었고 나와 내 친구들을 방과 후 청소를 땡땡이 치고 버스정거장 하나 전 역 까지 걸어가서 버스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피시방으로 직행하는게 언제나 우리의 계획이었다. 특히 104번 버스는 가장 낡고 진동이 심해서 인기가 최고였다. 학원 갈 시간이되면 또 다시 각자의 학원으로 또는 집으로 흩어지는게 일상이었다. (그리고 만화책을 돌려보겠지...) 가끔 학생의 성적 비관 자살 뉴스가 티비에 나오면 어쩌면 저럴수가 있나 하면서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21세기 한국에선 놀랄일도 아닌게  씁쓸하다. 고등학교때엔 교육정책의 변화를 직빵으로 받는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 적분에 야자가 폐지되고 하나만 잘하면 대학간다는 한국 사회구조를 무시한 모토 아래 나름 편하게 보내는줄 알았지만 정책의 1,2 세대가 폭망하고 야자의 부활, 입시반 창설들 격동의 고2말-고3을 보냈던것 같다. 실상 밴드부 활동에 전념하느랴 수학의 정석이 너무 어려워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부랴부랴 시작한 영어과외에서 선생님한테 이것도 모르냐 핀잔을 받고 그랬지만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던것 같다. 노량진 단과학원을 몇개 다니면서 노량진에서 대방동을 지나 신길동 집까지 1시간 남짓 걸어오며 시디 플레이어로 음악듣던 기억은 나쁘진 않다. 역시 추억보정의 힘은 대단한듯...

 그 당시 용어로 대가리에 피도 안말랐지만 서서히 말라가는 나이가 될쯤 하여 친구들 물건 특히 하이텍팬 을 훔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로 또는 가지고 싶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면서 아마 죄책감은 별로 없었을 듯 하다. 이미 그 당시에서도 성적 우선 교육이라 도둑질이 나쁜것이라는 것만 들었지 그에 따른 결과와 다른 이들이 받는 고통을 진심으로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당시엔 학교에서 맞는다는게 놀랄만한 일도 아니어서 잘못을 한다 -> 맞는다. 또는 걸리면 -> 맞는다. 라는 사고는 오히려 스릴감을 배가 시키는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도 아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에피소드가 있는다. 다 말하면 스포니까 간단히 말하면, 부모님(한서진)이 돈을 주고 무마시키고 자녀의 스트레소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에피소드 초반에 나오는데 부모의 교육열이 광기로 넘어가는 과정을 잘 표현한것 같다. 근데 막상 그 부모는 알코홀릭 아버지의 또 다른 광기의 희생자였는데...

 드라마 결말에 대해선 뭐 시즌 2 안만드려면 해피엔딩이 최선인듯 싶다. 그나마 학생들이 교실 뛰쳐나갈때 나온 시규어로스 음악만이 무한도전 생각나게 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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