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지름글을 쓰면서 처음에 3부작이라고 떡밥을 던졌는데 그 마지막은 이사간 이야기 이다. 정말로 집을 산건 아니지만 그냥 트릴로지로 나가면 멋져보일것 같아서 허세좀 부려봤다. 아무튼 이 글은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

 오스트리아로 이사를 왔을땐 처음 기숙사에 너무 만족해서 졸업할때 까지 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어느 순간 지겨워 져서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한곳에 쭈욱 있는게 지겹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방 바로 아래층이 바 여서 일요일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광란의 소음파티를 버틸수가 없었고 한학기 동안 친해졌던 친구들이 다들 고향으로 떠나거나 기숙사를 떠난것도 한 몫 했다.(근데 오스트리아 애들이 나처럼 술마시는 아시안을 본적이 없다고 짱이라고 해준건 좋았음...한국에선 쪼렙일 뿐인데 ㅎㅎ) 뭐 대신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 오긴 했지만 마침 리키도 떠나는데 자기방을 이어받을 사람을 구한다고 하여 그냥 고민없이 질렀다. 아직까진 내 방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만 또 언제 지겨워질지 모를 일이다. 근데 한번 이사하고 나니 귀찮은 일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졸업까진 여기에 쭈욱 살것 같다.

 그래도 기숙사를 나가는건 심적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6개월 뿐이었지만 추억도 너무 많아서 마지막날 아침에 열쇠를 반납할땐 정말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기숙사에 살고있는 친구들 보러(혹은 파티하러) 기숙사에 놀러갈때도 이젠 내 키가 없어서 친구들 한테 연락해서 문열어 달라고 부탁할수 밖에 없어서 한동안은 기분이 이상했다. 이사 당일엔 로렌스가 친구차를 빌려온 덕분에 편하게 이사할 수 있었던건 정말 다행이었다. 프로스트!

 기숙사에서 만난 친구들은 아직까지 정말 가족같은 친구고 오스트리아에 더이상 안살게 된데도 쭈욱 친구하고 싶은 아이들이다. 대부분 나보다 6~10살씩 어리지만. 기숙사에 들어온 직후엔 사실 혼란스럽기만 했다. 건물 자체도 오래되고 따로 룰같은것도 없어서 부엌은 늘 난장판이 었고 여기 학생들을 관찰해본 결과 내가 신이면 지구 멸망의 날에 가장 먼져 운석을 때릴곳이 이곳이겠구나를 직감했다. 예를들어 기숙사에 큰 파티가 있는 날이면 방음도 안되는 그 기숙사방이 신촌어디 모텔가(가본적은 없지만 대충 그런이미지)의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결국 여름엔 누군가 항의를 했는지 밤 10시 이후 발코니에서 고성방가 금지, 기숙사 내에서 흡연금지. 등등 강력한 지침이 내려왔지만 지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새벽 3시에도 빨간불에 신호등에서 정지하는 운전자는 다른 오스트리아 사람인가...) 결과적으론 나도 그들의 가벼운 행동양식에 서서히 적응해 갔고 친구들과 알면 알수록 그들의 생각은 절대 가볍지 않고 관심분야가 정말 넓어서 대화거리가 정말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프랑스 여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프랑스에 있는 행융합 연구소로 대화가 왔다갔다 하는걸 보면 신기할 따름. 뭐 여자 이야기 할땐 나의 순수함(?)이 점점 더럽혀 지는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달리 말하면 개방적이라고 할수도 있고. 성평등이 이런거구나 느낄수도 있고 나쁘지는 않다. 또 국적이 너무 다양하고 각자 기본 3개국어는 하니까 술자리에서 한 5~7개의 언어를 한번에 들을수도 있음... 유일한 아시안인데 한국어 밖에 못해서 좀 부끄럽다.

 아무튼 이사를 하고 나서 가장 처음 할 일은 방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것과 meldezettel 라는걸 동사무소 같은데 내는것이다. 그 전에 새집에서 산다는걸 또 증명해야 하니까 부동산 계약서를 들고(보통 집구할때 부동산 안끼고 하는데 우리집은 계약이 그렇게 되있음. 복비도 내야했던...) meldezettel를 인터넷에서 뽑아서 필요한걸 적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된다. 암튼 오스르리아는 귀찮은 서류들이 많은것 같다.

 집은 96m^2 이고 3명이서 쉐어하는데 아침에 화장실 가는것 뺴면 불편한건 없다. 월세는 350유로로 인터넷 전기 다포함이고 기숙사보다 30유로 밖에 안비싸니 나쁘지는 않다. 게다가 도시 중심(야코미니)이랑 트램역 2개 거리고 걸어서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음대 바로 맞은편이라 아침에 음대학생들도 볼수있고 학교까지 걸어서 10분이다. 1층은 펍이라 맥주 떨어져도 걱정없고. 근데 내가 이런걸 왜쓰고있지 ㅋㅋㅋ;;; 요즘 룸메 구하고 있다 보니 습관이된듯.

독일어 수업시간에 그림 ㅎㅎ

눈왔을때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

계단.

노을

내방 벽


이건 크리스마스 시즌 그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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