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 걷다

네번째. 나는, 오늘도 : 걷다



책을 소중히

발걸음에 맞추어 몸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면 마치 잠들기 전처럼 때로는 깊고 때로는 가벼운 몽환 상태로 넘어간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며 걷다보면 몸은 좀 피곤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푹 쉬게 된다. 진정한 자기 보살핌인 것이다.
 드디어 네번째 걷다. 를 읽었다. 나는, 오늘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책인데 걷는걸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 얼마나 좋아 하냐면 걷기에 관련된 책도 집에 몇권이나 있을정도. 암튼 걷는건 좋다.

 사람들이 거긴좀 멀지 않나? 라고 하는 거리도 왠만하면 걸어다니는 편이다. 걷기는 인간의 이동 수단중에서 가장 느린 방법이지만 그만큼 생각을 할 시간도 생기고 마음도 차분해 진다. 최근엔 자전거를 타느랴고 산책을 좀 뜸하게 했지만 앞으로 오스트리아에 가서도 처음엔 도시 구석구석을 다 걸을 예정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곧 걷기와 다름없다. 새로운 곳에 가서도 길을 모르지만 일단 걷는다 느리게 느리게 걸을 수록 주변도 눈에 잘 들어오고 길도 금방 익힐수 있다. 친구들이 길눈이 밝다고 나에게 많이 말하는데 그냥 단순이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막상 운전하면 길을 잘 못외움...

제..제임스?
 책에서는 걷는 행위에 대해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것은 말을 배우는것 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스스로 세상을 탐험하는 첫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걷기야 말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좀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두 발로 걸을 때, 우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다.
 물론 바쁘고 시간이 없을땐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지만 되도록이면 걷고 싶다. 걷는건 나한테는 하나의 취미 생활이다. 거리를 구경하고 걷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고 걷고 또 걷는다. 걸으면서 걷는 사람을 보다 보면 사람마다 걸음 걸이가 다 다르다는걸 알게 된다. 책에서 걸음 걸이를 보면 인생의 한 단면을 볼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랬동안 봐왔던 사람이라면 멀리서 걸어오는것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은 독특한 친밀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물론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지만, 함께 걷는 데에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평소엔 주로 혼자서 걷겠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더 즐거운것 같다. 중딩 시절 늘 친구들하고 학교에서 집까지 걸었던 기억은 아직도 즐거움으로 남아있다. 또 군대에서 부대원들하고 행군도 했었고... 훈련하는건 귀찮았지만 행군은 나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나지만 나는 물집한번 잡히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여친이 있었을때는 날이 춥지 않으면 자주 걸으면서 데이트했던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하루종일 거리를 걷는 일은 밤을 함께 보내는 것만큼 짜릿하지는 않겠지만, 상대방을 알고 진정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데에는 뒤지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으니까 갑자기 염장질은 당하는 느낌이었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는다는건 정말 두근거리고 행복해지는 일이란걸 다시한번 기억하게 됬다. 버스커 버스커 벚꽃엔딩 또는 삼호선 버터플라이의 걷기만 하네 가사처럼 또 즐거운 날이 오겠지....

 암튼 이 책은 나중에 하나 사서 소장하고 싶다. 걷는것에 대한 찬사, 그리고 걷기로 얻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글들로 가득한 이 책은 걷기 덕후라면 인생 메뉴얼로 가지고 있으면 딱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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